릿드의 하츠네 미쿠

 http://d.hatena.ne.jp/kaien/20071017/p1 여기 글을 읽고 저도 한마디 적어봅니다.

 먼저 위 글은 하츠네 미쿠가 보여주는 최첨단 기술의 단면은 우리가 처음 쥬라기 공원 영화를 보고 생생한 공룡의 모습에 흥분했던 것처럼 특정부류에 한정되지 않고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할 것이라는 논지를 펴고 있습니다. 논거로서 제시된 영상이 있는데 바로 이것.

 로도스도전기 노래인 기적의 바다입니다. 뭇 컨텐츠들과는 격이 다른 퀄리티네요. 기계음이 약간 섞여 있습니다만 사람이 부른 노래에 기계음을 섞었다해도 믿을 만한 수준입니다.

 이에 대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기 전에 왜 이러한 글이 올라오게 됐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츠네 미쿠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분들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얼마전 TBS의 모 프로그램에서 하츠네 미쿠를 다뤘는데 하츠네 미쿠가 마치 오타쿠들의 전유물인 것 처럼 소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미쿠 대신 미쿠를 구입한 어느 오타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3차원에는 흥미 없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더군요. 그 방송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누군가 말했듯이 '미쿠를 소재로 오타쿠까는 내용'이었달까요.

 아무튼 이 방송 때문에 '하츠네 미쿠는 오타쿠에게밖에 어필할 수 없는 존재인가'라는 명제가 화두로 떠오른 모양입니다. 확실히 '노래하는 음성합성 소프트웨어'라는 요소 자체에서는 매니악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츠네 미쿠 관련 컨텐츠 생산 공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니코니코동화를 둘러보면 소위 오타쿠로 불리는 사람들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애니와 게임 카테고리에 애니, 게임이 많이 올려져 있는 건 당연한 것이니까 넘어간다고 해도 '연주해봤다'와 '노래해봤다' 카테고리를 보면 대부분 애니나 게임 관련송이 메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이리스트 베스트3를 봐도 주로 애니나 게임 관련 컨텐츠. 배너를 봐도, 니코니코동화에서만 서비스 되는 영상을 봐도 오타쿠색이 짙은 사이트라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대체 '노래하는 음성합성 소프트웨어'와 오타쿠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길래 이런 연관성을 보이고 있는 걸까요. 저는 그 소프트웨어가 의인화된 하츠네 미쿠라는 캐릭터에 주목해볼까합니다. 소위 오타쿠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2차원 캐릭터에게 열광하는 성향이 있다는 건 모두가 아실 겁니다. 하츠네 미쿠의 캐릭터 디자인을 살펴볼까요. 당장 애니메이션에 등장해도 위화감이 없을 디자인입니다. 게다가 트윈 테일에 절대영역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제작사가 노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타쿠들의 구미에 딱 맞는 외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목소리를 살펴볼까요. 성우 후지타 사키씨의 목소리를 토대로  전작인 메이코에 비해 '모에'한 목소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역시 오타쿠들의 기호에 맞습니다. 이리하여 오타쿠들에게 있어서 하츠네 미쿠는 아주 흥미로운 모에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기존에 다른 캐릭터를 토대로 제작하던 2차 창작물의 종류에 미쿠만이 할 수 있는 요소가 추가로 가능하기 때문이죠. '애니나 게임송 노래 시키기', '자작곡 노래 시키기', '모에 대사 말하게 하기' 등등.

 아무튼 미쿠가 오타쿠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네요. 이제 원래 제기되었던 의문으로 돌아가봅시다. '오타쿠를 제외한 일반인들은 미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죠. 그들도 사람인 이상 '노래하는 예쁜 여자 캐릭터 프로그램'에게 흥미가 없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기술적 호기심이든 이성적 호기심이든 간에 말이죠. 하지만 잘 모르겠네요. 제가 완전한 일반인이 아니라서 ㅡㅡ;(그렇다고 제가 오타쿠라는 말은 아닙니다. 오타쿠라는 단어의 개념이 워낙 모호해서리) 니코동에 올라오는 미쿠 관련 컨텐츠 중 非오타쿠적 컨텐츠의 대부분이 어쩌면 일반인들이 업로드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봅니다. 하지만 통계를 내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일이죠.

 이 글의 결론은 이러합니다. 하츠네 미쿠가 오타쿠들에게 어필하는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만'이 미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라는 것.

 여담으로 왜 하츠네 미쿠가 오타쿠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퍼진 걸까요. 저는 오타쿠들이 많은 니코동에서 붐이 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