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드의 하츠네 미쿠

** 글쓴이 : 릿드


 “린, 맛있니?”

 원통 안에 든 아이스크림을 둘이서 맛나게 파먹고 있던 중 문득 카이토 오빠가 다정하게 물었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멋있게 들린다.


 
“네, 맛있어요. 후훗.”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아, 얼마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일까. 나는 마지막 한숫가락을 입안으로 가져가며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린...”


 
문득 오빠가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들어 오빠와 시선을 마주하는 나. 카이토 오빠는 나를 은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입가에 아이스크림이 묻었구나...”


 
오빠의 얼굴이 나 쪽으로 다가온다. 가까이... 아주 가까이...


 
‘서, 설마...!’


 
심장이 거세게 고동친다. 금세 나와 오빠 얼굴 사이의 간격이 불과 수센치로 접어들었다. 오빠의 숨결이 느껴진다. 서로의 입술이 닿기 직전이다.

 


 
“아이,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선생님의 장난끼 섞인 다그침과 그 즉시 터져나온 애들의 웃음소리에 나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주변 상황 파악을 시도했다. 여기는 교실, 나는 학생, 지금은 수업시간. 선생님과 반 아이들의 시선은 모두 나를 향하고 있었다. 킥킥 거리는 웃음소리도 들려온다.


 
‘망했다아아아아아’


 
또 수업시간에 망상을 해버렸다... 게다가 이번에는 말소리까지 내버렸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고개를 들 수 조차 없는 수치심에 핵융합로에라도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다.

 



 
“우웅...”


 
복도에 나와 무릎 꿇고 손들고 있는 나. 물론 벌 서고 있는 중이다. 창밖으로는 매미 소리가 요란하고 이따금씩 칠판에 판서하는 소리와 애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더워...”


 
나는 한쪽손을 슬며시 내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들을 닦았다. 한여름의 토요일 낮. 복도에는 에어컨이 없었기 때문에 더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시원한 바다에 풍덩 빠져들고 싶어. 하지만 같이 갈 사람이 없네. 미쿠 언니는 집에서 에어콘 틀어놓고 티비 보는 게 최고의 피서라는 주의이구. 그러고보니 머리가 길어서 파도 치는 바다에서는 제대로 수영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었지.


 
“풉...”


 
허우적대는 미쿠 언니의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온다. 언니, 미안. 후후.


 
그나저나 렌 녀석은 오늘 수업 마치고 근처에 있는 무인도로 피서 간다고 하던데. 카이토 오빠랑, 가쿠포 오빠랑. 렌, 부러운 녀석. 카이토 오빠랑 여기저기 자주 놀러다니구. 남자들끼리는 잘 뭉쳐지나보다. 내가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오빠랑 거리낌없이 놀러다닐 수 있을텐데...


 
“아냐...”


 
나는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닫고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리본도 같이 흔들려서 살짝 바람이 일어 양팔을 간지럽힌다.


 
남자로 태어났다면 오빠를 좋아하지 않았겠지. 우우... 그건 너무 슬픈 인생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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