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드의 하츠네 미쿠

** 글쓴이 : 릿드 // 1편 [링크]


 한여름의 태양은 중천에 떠서 자신의 열기를 마음껏 과시하고 있었다. 학교 본관 입구로부터 교문으로 이어지는 길 옆 화단에 심긴 상록수들은 그런 태양의 괴롭힘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지만 나무 하나 당 여러마리씩 붙어있는 매미들의 거센 노랫소리 역시 고통의 한 요소였다.

  “메에에에에에에에엨~~~!!!”

 예전에는 ‘맴~맴~’하며 듣는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해주던 참매미의 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공해 때문에 참매미는 물 좋고 공기 좋은 산 속으로 물러나버리고 대부분의 지역을 목청이 터져라 괴성을 지르는 말매미들이 점거하고 있다.

 이러한 험난한(?) 환경 하에서 수업을 마치고 교문으로 향하는 두 소녀에게 주의를 기울여 보자. 한 소녀는 커다란 흰색 리본이 부착되어 있는 머리띠를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머리 색깔은 봄날의 개나리꽃이 연상되는 노란색, 상의는 세일러복이지만 하의는 핫팬츠이며 무릎 아래까지 오는 품이 넓은 양말도 이색적이다. 가슴께에 붙은 이름표에는 ‘카가미네 린’이라고 적혀있다. 그녀는 만면에 한가득 미소를 짓다가도 가끔씩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옆에서 걷고 있는 소녀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테토야 테토야, 나 어쩌면 좋지? 오빠 생각 때문에 요즘 수업에 집중도 안되구... 고백하면 마음이 좀 편할텐데 그럴 용기도 없구... 우웅..."

 린은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소녀의 팔에 매달리며 살짝 애처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커다란 눈망울에는 약간의 이슬이 맺혀 있었고 마치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머리위의 커다란 리본도 살짝 처진다.

 테토라고 불린 소녀는 짙은 분홍색 머리카락을 양갈래 롤헤어 스타일로 꾸며놓은게 시선을 끈다. 상의와 스커트는 짙은 파란색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일부분을 핑크색으로 포인트를 준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군복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녀는 기다란 바게뜨빵을 뜯어먹는 행동을 잠시 중단하고는 귀여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 표정 조차도 귀엽다.

 "포기해."

 테토의 목소리는 그 나이대의 소녀의 목소리보다는 약간 앳되어 보인다. 그런데 그런 목소리로 이런 충격적인 말을. 그녀는 그렇게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다시금 입가에 바게뜨빵을 가져갔다.

 테토의 매정한 말에 린의 새하얀 리본이 쫑긋 했다. 마치 린보다 그녀의 리본이 먼저 반응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왜, 왜...? 오빠는 나한테 너무 과분한 사람인걸까..."

 린은 입가에 손을 댄 채 테토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살짝 틀어 고민하는 포즈를 취했다. 테토는 그런 린을 바라보며 오른손 검지를 내민다. 뭔가 가르쳐줄 게 있나 보다.

 "노~노~. 네가 아까워서 하는 말이야."

 "응?"

 그 때 둘의 주위로 몇명의 남학생들이 빠르게 지나쳐 간다. 그들은 테토를 손가락질하며 '네 드릴은 하늘을 뚫을 드릴이다!', '31세!' 등을 외치며 도망쳤다. 테토는 그런 놀림에 움찔했지만 째려보는 것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이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대화를 계속했다.

 "그 사람 좀 이상한 사람 같아. 이 한여름에도 두꺼운 목도리를 하고 다니잖아. 목 언저리를 보면 땀이 흥건하구. 그리고 아이스크림은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 여태까지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지 않은 적을 못봤어. 좋아하는 수준을 넘은 것 같아"

 "목도리 멋있지 않니? 오빠는 남다른 패션 감각을 가지고 있는거야~ 그리구 아이스크림 말인데 좋아하는 수준을 넘은 건 인정해. 아~~~~주 좋아하는 수준인거야."

 린은 '아~~~주'를 말하면서 눈을 질끈 감고 팔을 최대한 크게 벌리는 동작을 구사했다. 테토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뭔가 제대로 안풀린다는 표정이다.

 "자, 잠깐...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 아이스크림을 무지무지 좋아하는 것까지는 좋다 이거야. 그런데 사람들 많은 번화가에서 아이스크림을 양손에 들고 '아이스~ 아이스~' 하면서 춤추며 걸어가는 것도 봤어. 주위의 사람들이 슬슬 피하더라구. 너, 듣고 있어?"

 짙은 분홍색 머리 소녀는 노란 머리 소녀의 눈에 초점이 없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어깨를 쿡 찔렀다.

 "으, 응? 드, 듣고있어."

 테토는 잠시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를 보내다가 말을 계속했다.

 "결국에는 어떻게 된 줄 알아? 돌뿌리에 걸려서 철푸덕!"

 넘어지는 모습을 대충 재현해 보이는 테토. 머리를 갑자기 숙이자 양옆의 롤헤어가 순간적으로 약간 위로 치솟는다. 

 "얼굴은 어떻게 됐게? 후후, 아이스크림 투성이가 된거지."

 "쿡쿡쿡... 오빠는 너무 재밌는 사람 같아."

 "그래, 그러니까... 응?"

 "오빠의 그런 모습까지도 너무 사랑스러워. 완소 카이토 오빠~"

 지금 린이 짓고 있는 표정은... 그래, '꿈꾸는 표정'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 듯 하다.

 "그, 그래 완소이긴 한데... 아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너, 너말야..."

 아주 잠시동안이었지만 테토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린의 상태가 메롱인 걸 알아차리고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오른손 검지를 린에게 겨냥했다.

 "너, 너는 참으로 바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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